"기아와 전쟁, 착취 등 우리는 이미 지옥 속에 살고 있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집단적 파국과 함께 모든 것들, 긍정적인 것들과 부정적인 것들이, 떠오르고 있다. 내 책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 세계를 그린 것이다." - 주제 사라마구.

눈이 멀어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우리는 이 세상의 어떤 모습들을 보고 있으며, 보고 있지 못할까?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눈이 먼다. 눈이 먼 사람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잃었음에 절망하며, 인간의 모습들을 하나하나씩 포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실의 과정에서, 주제 사라마구는 우리에게 무엇이 인간다운 모습인지, 인간답지 않은 모습인지 그 경계를 희미하게 설정하여 ‘인간다움’을 묻는 우리의 질문들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지적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잔혹하리만큼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게 만든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하는 잔혹한 폭력의 행사는 우리를 인간의 본성의 끝이 어딘지 고민하게 함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감정의 동요를 느낄 겨를도 없이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 길의 끝은, 역설적이게도 용기라는 인간의 존엄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움츠리고 있던 인간들이 실낱 같은 존엄의 희망을 걸고 다시 삶을 살아낸다.

"비록 우리가 완전히 인간답게 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완전히 짐승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한다." -   눈먼자들의 도시 中

‘눈먼자들의 도시’가 그려내는 인간의 어두운 면들은 소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현실 속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폭력과 분노의 현상들이 그 증거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제 사라마구는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은 보고있는가?” “그대들은 눈이 멀지 않았는가?”.

우리는 다음주 책의 문장들을 나눠보며 눈이 먼다는 것이 실제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무엇을 상실하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이 어떤 비유적 의미가 있는지 함께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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