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구마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호기심과 화제성에 책을 펼칠순 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은 책입니다.

도입부터 엄청난 사건이 전개되고 그 후 470페이지 전체가 빽빽한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압도적인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요? 문장과 문장들이 틈새 없이 대화와 대화가 자유롭게 문장을 넘나들며 서술자의 시선으로 촘촘히 사건을 진행해 나갑니다.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 남자는 절망감에 젖어 되풀이해 소리쳤고 사람들은 그가 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눈이 먼 남자는 애원했다. 누가 날 좀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

눈이 먼다는 건, 우리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세계,
아무리 깜깜한 밤 홀로 남겨진 공포도, 칠흙같은 어둠이라는 표현에도
우리는 빛을 찾으면 된다는 마음 한구석 지푸라기라도 있으니 눈먼 세상은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세계일 것입니다.
그 세계를 그려낸 작가에 대한 놀라움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눈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공포, 두려움,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갑자기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무방비 상태의 가엾은 장님.

보이지 않는 두려움보다 더 큰 두려움 의심. 불신.
왜? 인간은 인간을 믿을 수 없는 것인가요? 선의가 곧 선의의 결과가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는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이란 그런 종족이니 의심없이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어리석은 짓? 믿을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건 행운인가요?

눈먼 자들을 만난 이들이 하나둘 눈먼 자들이 됩니다.
당신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리고 이어지는 정신병원 격리 수용 그곳에서 일어나는 참상에 대해 눈뜬 자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된 눈먼자들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수치심, 수치심을 넘어선 본능, 짐승과 인간의 경계, 악취와 폭력 그리고 존엄성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의사의 아내, 소설 속 이 여인의 변화를 잘 살펴 봐야할 것 같습니다.
모두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
이 말이 너무도 깊이 가슴에 박혀들어 옵니다.
그녀의 변화, 나와 우리의 변화가 되기를...

눈먼 자들에게 말하라. 너는 자유다. 그와 세계를 갈라놓던 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그에게 다시 한번 말한다. 가라. 너는 자유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는다.

진정 눈먼 자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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