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 비이성으로부터 독립된 광기 (18세기 중엽)

546쪽 / <라모의 조카>는 사람들이 그에게 광인이라고 말했고 그를 광인으로 대했기 때문에 광인이다.

547쪽 / 디드로의 이 텍스트에서 이성, 광기, 비이성이 어떻게 마주쳤는가, 이것들 사이에 어떤 새로운 관계가 맺어졌는가를 알아보도록 노력하자.

548쪽 / 비이성은 비이성을 정죄하는 것 쪽으로 차츰차츰 거슬러 올라가 그것에 일종의 반동적 예속을 강요한다. … 즉, 내가 그의 광기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이성적임에 따라, 그리고 이러한 식별이 내 이성의 표지, 징후, 상징 같은 것임에 따라 “저자는 ‘나의’ 광인이기” 때문이다.

549쪽 / 즉, ‘이성은 비이성을 소유하는 움직임 자체 속에서 자주성을 잃게 된다.’

550쪽 / 광기가 진실을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역할을 떠맡는 것은 광기가 맹목적이라는 점 때문일 뿐이고, 광기의 힘은 오류로만 형성될 뿐이다.

553쪽 / 데카르트를 본받아 정신착란, 꿈, 환각의 모든 불확실한 것을 용감하게 가로지르는 것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비이성의 위험을 예외적으로 한번 극복하는 것도 이제는 필요하지 않은데, 사람들이 이성에 관해 자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비이성의 밑바닥에서이고, 그래서 세계의 본질을 재파악할 가능서은 현실의 존재와 비존재를 진실과 대등한 환각 속에 하나의 전체로 모으는 정신착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열린다.

553쪽 / 광기의 핵심에서 정신착란은 새로운 의미를 띤다.

562쪽 / 18세기 중엽의 몇 해 사이에 갑자기 공포가 솟아오른다. … 수용시설에서 퍼져나가 이윽고 도시를 위협하려는 몹시 불가사의한 병을 ‘누구나’ 두려워한다.

563쪽 / 수용을 통해 배제하려 했던 병이 환상적 양상을 띠고 다시 나타나 대중(大衆)에게 가장 커다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563쪽 / 그때 일종의 미분화된 “부패”의 이미지가 맹위를 떨치는데, 이 이미지는 육신의 변질뿐만 아니라 풍속의 타락과도 관련이 있고, 피수용자들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혐오와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565쪽 / 순환은 완결된다. 즉, 병의 지리(地理)에서 나병의 자리를 차지했고 사회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추방되었던 그 모든 비이성의 형태가 이제 가시적 나병으로 간주되고, 혼잡하게 모여 생활하는 사람들을 부식성의 상처에 노출시킨다. 비이성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이제 상상적인 질병의 표지와 더불어 공포의 위력을 부여받는다.

567쪽 / 지금으로서는 수용시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수용시설을 새로운 병의 잠재적 발원지(發源地)로 여겨 제압하는 것이 문제이다.

568쪽 / 이러한 열망 속에서 도덕은 의학과 결탁하여, 수용에 내포되어 있으면서도 너무나 어설프게 감금된 위험에 맞서 싸우려고 시도한다.

574쪽 / 고전주의 시대의 정신에서 광기는 쉽게 외부 “환경”의 결과일 수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와의 결속에 생긴 결함의 흔적일 수 있었다.

585쪽 / 환경은 인간세계로부터 자연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 환경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그러한 자연의 실증성이 아니라, 반대로 자연의 충만함을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물러나게 하는 그러한 부정성이고, 이러한 물러남 속에서, 이러한 비(非) 자연 속에서 어떤 것이 자연을 대체하는데, 그것은 인위적 충만함, 반(反) 자연이 에고되는 가공(架空)의 세계이다.

586쪽 / 이에 맞서 자연은 반대로 폐기된 광기, 실존의 가장 근사한 진실로의 행복한 회귀이다.

587쪽 / 광기는 환경이 인간에게서 억누를 수 있는 동물적 삶의 모든 것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다.

592쪽 / 광기는 이제 비이성에서 떨어져 나가는데, 오랫동안 비이성은 언어 속으로의 순수한 몰입이게 된다.

596쪽 / 이제 사람들이 미친 사람에 관해 말하게 될 때, 이때의 미친 사람이란 ‘자기 자신의’ 직접적 진실의 땅을 떠나 자기 자신을 상실한 사람이다.

597쪽 / 18세기에 광기 쪽에서 무언가가 달라졌다. … 광기는 혼란스럽게 현존하지만 벌써 수용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다시 문제시하면서 재차 표면 위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 광인 보호소의 독립, 빈민의 새로운 구분 (18세기 말)

599쪽 / 수용의 총계의 변동은 수용의 체제가 인구통계의 곡선을 정확히 따르지 않고, 확실히 다른 영향이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600쪽 / 광인의 수, 적어도 광인으로 인정되고 분류된 피수용자의 수가 18세기를 따라 아주 서서히 증가하다가, 1785~1788년에 최대한도를 지나고는 대혁명의 발발(勃發)과 더불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601쪽 / 옛 보호소들에 감금된 광인의 수를 감소시킨 것은 정신이상자만을 받아들일 목적으로 세워진 일련의 시설이 18세기 중엽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602쪽 / 많은 광인이 이제는 그들에게만 속하는 보호소의 영토를 갖게 된다.

605쪽 / 18세기 후반기에 나타나는 중인 동향의 핵심은, 광인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보호소를 결정하고 고립시키는 그러한 자연발생적인 점진적 변화에 있다. 광기는 수용의 악순환을 끊은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서서히 산개(散開) 된다.

605쪽 / 예전과 다르면서 언제나 동일한 이 거처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떻게 광기는 이처럼 옮겨질 수 있었고, 그래서 이제 동질적 비이성의 ‘환경’과 광기가 본모습을 되찾게 되는 이 새로운 ‘장소’ 사이에서 뒤틀리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동향은 공포와 관련이 있다.

푸코는 이어서 광인이 독립적 형상을 띠고 자율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나간다.

617쪽 / 18세기는 광기에 가까이 다가감으로써가 아니라, 반대로 광기로부터 멀어짐으로써 점차로 광기에 자리를 내주었고 광기이 몇몇 양상을 구별했다. 즉 광기가 그 두 번째 침묵의 한가운데에서 마침내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을 정립하고 새로운 공간과 또 다른 고독 같은 것을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620쪽 / 18세기에는 수감자(收監者)가 미치광이와 섞여 있는 것보다는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리라는 점이 강조된다.

621쪽 / 이 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바로 수용의 근저에서이고, 광기에 대한 이 새로운 의식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수용이다.

624쪽 / “이성을 상실한 이들”은 감금되지 않을 만큼 분별력이 있지도 흉악범처럼 취급되지 않을 만큼 얌전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들을 사회로부터 숨겨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625쪽 / 역설적 순환에 의해 광기는 마침내 수용의 유일한 근거로서 나타나고 수용의 근본적 비이성을 상징한다.

18세기 유럽은 전쟁, 무역의 침체, 경기의 후퇴 등의 세 가지의 위기를 경험한다. 세 번째 위기, 즉 1770년부터 이어지는 경기의 후퇴기에서 수용의 실천이 줄곧 축소되기 시작하는데, 이제 더 이상 수용이 아니라 수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대응책으로 강구된다(632쪽).

633쪽 / 사람들은 이제 수용이 실업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수용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수용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생활비를 벌 능력이 없는 극빈층이 수용대상으로 떠오름에 따라서였으나, 이제 수용은 더 이상 경제구조에서 효과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된다.

635쪽 / 사람들은 실업의 양상이 게으름의 양상과 혼동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도덕생활의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순수한 형태가 곧바로 판별된다고 여겨지던 농촌에서도 궁핍과 부득이한 무위도식(無爲徒食)을 목격했는데, 이 모든 것은 빈곤이 아마 과오의 영역에 속할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었다.

635쪽 / 궁핍은 이제 경제문제가 된다.

636쪽 / 곤궁한 계급은 노동을 하고 더 소비하기 때문에 국가를 부유하게 해주고 국가의 전답(田畓)과 식민지와 광산을 개척할 수 있게 해준다. … 궁핍은 국가에 필수적 요소가 된다.

636쪽 /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의 태동(胎動)과 더불어 빈민은 비로소 국민국가의 몸통을 부분적으로 형성한다.

638쪽 / 수용의 조잡한 오류, 그리고 경제적 실수. 즉, ‘가난한 주민’을 격리시키고 그들에게 자선을 베풂으로써 빈곤을 없앨 수 있다고들 생각한다. 사실은 ‘빈곤’이 인위적으로 가려지고, 언제나 주어져 있는 부의 일부분인 ‘인구’가 실질적으로 제거된다.

640쪽 / 빈민구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대두된다. … 모순되지 않을 유일한 빈민 구제는 빈곤층이 잠재적 부(富)이게 하는 것, 즉 빈민층이 인구의 일부라는 무조건적 사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641쪽 / 효력이 있는 유일한 구제형태는 자유이다.

641쪽 / 빈곤이 이 새로운 자리를 명확하게 규명하려는 시도는, “건강한 빈민”과 “병든 빈민” 사이이 구별이 출발점으로 선택된다.

641쪽 / 일할 수 있는 빈민은 비록 활용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사회의 긍정적 요소이다. … 건강한 비민은 속박 받아서가 아니라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다시 말해서 이 미고용(米雇傭) 노동력을 가장 귀중한 재화로 만드는 경제 법칙의 압력만을 받는 상태로 반드시 생산활동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643쪽 / 중세의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 의해 신성시되었으나, 18세기의 부자는 가난한 사람 덕분으로 부자의 지위를 유지한다.

643쪽 / 그렇다면 병든 빈민은? 오직 병든 빈민만이 전적인 구제를 필요로 한다.

644쪽 / 구제의 의무는 이미 본성 속에 있으므로 사회와 무관하지만, 사회는 기원에서부터 사람들의 공존만큼 오래된 이 의무의 형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므로, 구제의 의무는 사회와 관련된 것이다.

645쪽 / 이런 식으로 이해된 구제는 국가의 구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개인적 유대이다.

646쪽 / 두 요인(要因)으로부터 구제를 연역할 수 있는데, 하나는 배려를 베풂으로써 받게 되는 고통에 의해 형성되는 부정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것으로서, 병자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강도(强度)에 의해 결정되지만, 가족에게로 집중되는 자연스러운 애착의 영역에서 멀어짐에 따라 급속하게 감소한다.

647쪽 / 18세기는 유지비(維持費)가 많이 드는 대규모 구빈원을 건설하는 대신, 병자의 가족에게 직접 구호물자를 분배하면서, 삼중의 이점(利點)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648쪽 / 사람들이 18세기 말에 촉구하고 체계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가족과 개인의 특별한 힘’이다.

이렇게 광기는 18세기 말에 이르러 노동력의 필요와 이점을 기준으로 분류되는 지점에까지 다다랐다.

총 3부에 걸쳐 푸코가 이야기하는 유럽 고전주의 시대(15~19세기)의 광기의 역사를 마주하며 우리는 많은 질문들을 떠올렸다. 광인이란 누구인가? 이성과 비이성의 구분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지어지는가? 누군가는 광기를 가진 광인이고 누군가는 광인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의 끝에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광기에 대한 담론, 그리고 광인과 비(非)광인의 구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의 실존적인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음주, <광기의 역사> 마지막 주차에서는 가정에서 보호되던 ‘병든 빈민’이 19세기에 병원으로 흘러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마저 살펴보고,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담은 세 권의 책, <프랑스적이 삶>, <K 파리지앙>, <시대의 초상>를 함께 읽고 인간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들을 나누어보기로 했다.

[사진] 원더풀마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