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10년뒤에는 어떤 모습일까?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현재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인간 스스로의 모습이 사라지고, 인간성이 매몰되는 모습을 지적하며 자신이 그리는 10년뒤의 세상에 대해 그리며 인간은 저마다의 자기자신 되기를 통해 현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목표는 세상이 지닌 위험과 약속을 깨닫고 위기와 기회를 따져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암초를 피해 훌륭히 항해하며 원하는 항구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세상을 이룩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세상에서 저마다 자기자신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9p

아탈리는 지금 우리는 경쟁과 생존에 가장 열중 해 있으며, 그 외의 다른 가치들은 모두 뒷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을 부추기는 경제 구조는 결국 다른 사람과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사회구조를 만들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세상에서 시장이 휘두르는 권력은 점차 커져가고 있는 한편, 전 세계 차원의 법치로 시장이 제한되고 법적 규범의 준수가 강요되는 경우는 없다.] – 10p

[일반화해 말하자면, 타인의 행복이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사실을 그 무엇으로도 납득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10p

[이처럼 경제 본위로 변해 버린 사회에서는 모든 것 또는 대부분의 것이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마치 유수와 기슭이 명확히 구분되지 못한 가운데 강줄기들이 자신의 운명이나 정체성, 존재 이유에 대한 확신 없이 삼각주에서 만나 생존하고자 애를 쓰다가, 결국 바닷물 속으로 섞여 사라져 버리고 있는 형국이다.]- 11p

그렇다면 인간 고유의 가치들이 사고 팔 수 있는 경제논리에 종속 되어버린 현재,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 해야 할까?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위기들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직면하게 될까? 자크 아탈리는 현재 이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논리에 종속되어 있는 세계의 구조를 다른 가치로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인류의 도덕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세상의 모든 이타주의적 주체들, 즉 다음 세대의 유익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번영하여 우세를 점하지 않는다면, 그러기 위해 필요한 세계 차원의 법규가 수립되지 않는다면 결국 인류는 파괴적인 폭발을 거듭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은 바로 이 폭발의 작은 전조일 뿐이다.] – 11p

[이 세상의 미래는 우리 각자의 ‘자기 자신 되기(Devenir-Soi)’에 달려 있다.]- 14p

작가가 강조한 자기자신 되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현재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잊으며 살고 있을까?

세계는 현재 지속적인 생활 수준의 발전으로 경제규모가 점점 확장 되어 가고 있으며, 인간의 기대수명, 교통 통신수단의 진화, 농업, 교육, 의료 분야에서의 발달 등,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부분들이 진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환경문제, 불법 이민자 들의 문제, 부의 집중 심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 그리고 세계적 복지 시스템의 실패 등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의 대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리고 부정적인 모습은 우리에게 불안감을 가져다 준다.

[실패의 무게는 부정할 수 없게도 성공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겁다. 실패는 그 자체로도 견딜 수 없는 현실인 동시에 그 괴로운 현실을 수많은 사람에게 가져다 주며 나아가 미래에까지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 99p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혼란에 대한 설명 중 그 어떤 것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묶어 주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최상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99p

그렇다면, 세상의 명과 암이 이렇게 엇갈리고, 각자의 진영에 속한 개인들이 갈등을 빚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원인을 하나로 규명해 낼 수 있을까? 자크 아탈리는 그 원인을 죽음에서 찾았다.

[나는 가장 오래 된 고대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 사회의 질서가 죽음에 대한 의미를 기반으로 세워져 왔다고 본다. 결국 하루, 한 해, 한 세월 동안만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희소자원을 사용하기 위한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 103p

이러한 이유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두가지의 사회적 구조가 형성이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시장’이었으며, 하나는 민주주의로 상징되는 ‘법적 규범’이었다. 저자는 이 두가지의 원리들이 변증법적 관계를 이루게 됨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위의 두가지 원리들은 어떻게 세상을 구성하고 있을까?

[1. 정치적, 경제적 자유 추구를 기반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현재까지 가장 훌륭한 시스템으로 여겨져 왔다. 자유에 대한 욕구는 사람들이 창조하고, 부인하고, 혁신하고, 질문하게 했다. 이를 통해 사상, 예술, 자원의 유용성을 높여 희소성의 한계를 벗어나 ‘자기 자신 되기’의 수단을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자유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주장해야 할 가치가 되었다. 자유에 대한 욕구로 인해 세상은 환경, 경제, 문화, 보건, 정치 등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상호 의존적인 사회로 변해 갔고, 그 누구도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실패를 통해 이익을 얻지 않는 투명한 사회가 되어 갔다.] – 105p

[2. 그러나 경제적, 정치적 자유로 인해 모두가 선택을 돌이킬 수 있게 되고 이기주의, 불성실, 탐욕은 악화되고, 순간성에는 절대 권력이 주어지고 있다. 시장이 민주주의보다 더 빠르게 일반화 되었다. 그리고 시장은 세계화 되는 반면 법적 규범은 국내적 차원에만 머물러 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여느 물건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고, 그렇게 취급 당하고 있다.] – 107p

[3. 따라서 오늘날의 세계시장은 법치가 갖춰지지 않은 사상 최초의 시장이다. 법치가 없는 이러한 시장에서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힘이 근로자나 유권자보다 강해지기 마련이다.] – 107p

[4. 국경 안에만 갇혀 있는 민주주의는 그 의미와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생존을 위해 경쟁하게 되면 법치의 영향력 최소화가 필수적이고, 단기적인 것만을 추구하며 의미를 잃어간다. 다음 세대의 삶이 지금의 세대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 해지고 있다.] – 108p

[5. 이러한 난관 앞에서 분노는 격분으로 변화한다. 많은 사람이 그 어떤 미래도 가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 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전혀 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체념하거나 분노할 뿐이다.] – 109p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수준의 대규모 세계전쟁 또는 그 정도의 위기가 불어 닥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6. 만약 인간이 불멸한다면, 많은 사람이 의미와 희망을 지니게 되며, 인간은 시장을 혁신함으로서 인공지능에 맞서서 스스로가 다시 수단으로서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멸의 인공적 존재는 또다시 쓸데가 없어지게 되면 인공지능에 의해 파괴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불멸성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즉, 죽음을 인식하는 태도이다. 세상이 모든 면에서 상호 의존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타인의 실패를 통해 이득을 얻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타주의가 인류 생존의 열쇠라는 것을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보장해 줄 민주적이고 세계적인 법치를 최대한 빨리 실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세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각각 고결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되 최대한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 세상의 자아에 자신의 자아를 새기는 것이다.] – 111p

인간은 영원하지 않는 존재이며, 현재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을 인식함으로서 현재의 고귀함과 그 진실함을 다시 새겨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자크 아탈리의 제안은 죽음을 대하는 ‘이어령’ 선생님의 태도와도 맥락을 같이했다.

젊은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는지요?
“딱 한가지야.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했어요. 요즘 거짓말 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 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니 어리석어요. 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 최악은 없다고. 노력하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삶에서 받은 축복이 새살을 드러낸다고. 빅뱅이 있을 때 내가 태어났고, 그 최초의 빛의 찌꺼기가 나라는 사실은 ‘수사’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라고. 여러분도 손놓고 죽지 말고,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끝까지 알고 맞으라고. “종교가 있든 없든, 죽음의 과정에서 신의 기프트를 알고 죽는 사람과 모르고 죽는 사람은 천지 차이예요”

인간은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현재를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으며, 인간 스스로의 변화는 세상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자크 아탈리와 이어령은 함께 이야기한다.

[항상 그러하듯 죽음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죽음을 절대적, 결정적, 강박적으로 거부하는 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는 셈이다. 삶은 아름다운 것이고, 혹 그렇지 않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에 넘치도록 의미를 부여하고 죽음을 거부해야 한다.] – 189p

[오늘날 역시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개인주의, 욕망, 탐욕과 그로 인해 이어질 잔혹성 대신 이타주의, 공감, 예의 등의 윤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맞서 싸울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 앞에 놓인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들은 해결을 바라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 190p

[자신의 삶을 가능한 고결하게 살아 낼 때 비로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법이다.] – 190p

자크 아탈리는 이것을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하기 위해 열가지의 단계를 제안했다.

1.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라

2. 스스로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여기라.

3. 자신만의 불변 가치를 찾으라.

4. 타인이 일으킬 행동과 세상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형성하라

5. 자신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라.

6. 다양한 삶을 동시에 차례대로 준비하라.

7. 위기, 위험, 낙담, 비판, 실패에 맞설 준비를 하라.

8. 그 무엇도 불가능 하다고 여기지 말라.

9. 여덟 단계를 완수한 후,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목표를 겸허한 자세로 경청하며 논리를 가지고 자신을 위해 실천하라.

10. 마지막으로, 세상을 위해 행동할 준비를 하라.

세상을 바꾸는 것은 모두의 몫이다. 세계는 점점 발달해 가고 있고, 서로가 서로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점점 다양해 졌다. 이 지구에서 인간들은 점점 상호 의존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모든 인류의 이기적인 태도는 결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자기 자신 되기’와 타인의 행복을 진정으로 위하는 삶 만이 이 세상의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민중의 힘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도하고, 도전하고, 고집하고, 인내하고, 자신에게 충실하고, 운명에 맞서 싸우고,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재앙을 놀라게 하고, 때로는 부당한 힘에 대적하고, 때로는 도취된 승리에 모욕을 주고, 계속해서 버티며, 계속해서 저항할 것. 이것이 바로 민중이 필요로 하는 모법이요, 민중을 열광케 하는 빛이다.

빅토르 위고 – 레미제라블 中 –

다음주 지음은 여러가지 질문들과 함께 우리 나라의 현재의 모습들을 생각해보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이야기들과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