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귀한 존재로써 살아가며 많은 아픔들을 접하고, 가슴이 저리게 아픔들을 느낀다. 신비한 것은, 극심한 그 아픔과 고통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찬란한 빛을 보기도 한다.. 베르테르는 삶의 원리를 알았던 것일까? 베르테르는 흘러가는 냇물과 구름, 떨어지는 낙엽과 바람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며 그는 자연의 순환과 자신의 모습을 가슴 깊이 느끼고 돌아보았다. 베르테르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자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격렬하게 그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아픈 존재들이라 여기고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괴테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왜 우리의 감정에 파문을 일으킬까? 베르테르의 슬픔을 우리는 느낄 수 있는가? 또는 슬픔의 당위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아, 나의 벗들이여, 무엇 때문에, 천재의 물결이 둑을 뚫고 나와 큰 홍수를 이루며 콸콸 쏟아져 내려와서, 그대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 이렇게도 드물단 말인가? - 26p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 돌아가는 자유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 18p

내 기분은 정말로 흐뭇하다. 내 마음은 인간의 솔직하고 허식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49p

베르테르는 감정에 ‘적당함’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싫어하는 청년이었다. 스스로의 감정에 북받쳐 울기도 하고, 그러지 않는 사람에 대해 분개하며 비판하고, 스스로의 감정이 떠오르면, 그 감정에 집중하고 휩쓸리기도 하는, ‘감정적인’ 청년이었다.

베르테르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적당한 감정을 표출한다면, 그 감정이 과연 나의 감정일까? 타인이 받기를 원하는 감정의 정도를 내가 정해놓는 것은 아닐까? 나는 베르테르처럼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바라본 적이 있기나 할까?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아, 나를 보기 위해서였을까? 사랑하는 벗이여! 나는 그 점을 확신하지 못한 채 마음이 들떠 있다. 아마 나를 돌아본 것이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마음에 위안이 된다. 그러면 잘자게! 아아, 난 얼마나 어린애 같은지! - 61p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로테의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꼴을 하는지, 그것을 자네에게도 한번 보여주고 싶다! 더구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로테가 마음에 드느냐고 묻기라도 한다면 (난 그 마음에 든다는 말이 죽도록 싫다. 로테를 좋아하면서 모든 감각과 감정이 그녀로 가득 차고 넘쳐흐르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마음에 든다구! - 61p

확실히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와, 그리고 우리를 모든 것과 비교해 보도록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행불행은 우리 자신과 배교하는 대상에 달려있는 것이다. - 104p

어떻게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녀 외에는 아무것도, 아무도 모르고, 또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 134p

베르테르의 절절한 사랑의 일기는 어린아이의 표현 같기도 하고, 순수한 소년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그 마음들이 너무나 솔직하고 진심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 청년의 운명은 비극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나는 아무래도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오지는 못할 것 같다. 어디를 가나 나를 당황하게 하는 사건에 부딪힌다. 오늘도! 아아, 운명이란! 아아, 인간이란! - 154p

아아, 신이여! 당신은 저의 눈물을 보시겠지요! 당신은 이처럼 빈약하게 인간을 만들어내셨으면서, 이 보잘 것 없는 가난 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당신에게 품은 그 쥐꼬리만한 신뢰심마저 앗아가 버리는 동포들까지 우리에게 덤으로 붙여주셔야만 했습니까. - 157p

그대는 구원받을 수 없다, 불쌍한 인간이여! 우리가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 167p

아아! 그러나, 나는 땅에서 발을 떼어 이 모든 괴로움을 단번에 청산하지는 못했다. 내 생명의 시계는 아직 다 돌아가서 끝장이 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느꼈다. - 170p

서로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열정적이고, 우주와도 같이 넓고 깊은 감정의 소유자인 베르테르에게 이만한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비극적 운명에 대해, 베르테르는 처절히도 몸부림 치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베르테르의 슬픔을 함께하며 지음은 고귀함이란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인간은 고귀하다는 명제는 우리의 삶에 당연한 명제인 것처럼 적용되어 있다. 우리는 모든 존재를 귀중히 여기고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히, 그리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삶에서 고귀함이란 단어는 너무도 멀리 있는 단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이들이 스스로의 고귀함을 모르기 때문일까?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하지 않기 때문일까?

베르테르의 삶은 너무나도 고귀했다. 자신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받아들이고, 자연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슬픔에 가슴아파 하고 흘린 눈물들은 그가 참으로 아름답고, 고귀한 성품을 지닌 인간이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이런 베르테르의 모습에서 정말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가 바로 고귀함이었다.

모든 인간은 고귀하다. 그리고 모든 삶들은 높고 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귀함이 우리의 삶과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며 스스로가 고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쉽게 외면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 떠오르는 큰 아픔과 고통, 그리고 모든 감정들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적절한 선에서 그 감정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외면받는 것은 고귀한 나의 내면이고 존재이다. 감정은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분출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베르테르는 자신의 존재를 고귀하게 지켰다.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Life Goes On - BTS

삶이라는 것은 계속 떠오른다. 그리고 계속된다. 어둠과 죽음이 다가와도, 멈춰있지 않고 스스로의 고귀함을 지키고 있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고귀함의 빛은 삶의 지평을 초월하여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르테르는 그 빛을 아는 우리의 친구였다.

<지음이 생각한 인간의 전제조건>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희망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존재여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뿌리와 역사에 대해 알고있어야 한다.

인간은 나의 이야기를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고귀함을 지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