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옌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로 우리나라와 이웃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고조선, 삼국시대를 거쳐 발해와 통일신라, 고려, 조선까지 대립하면서도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고 불교, 유교 등 다양한 문화적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에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냉전 이후 이념 갈등은 한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공산주의 국가로 북한의 편이었던 중국과 교류가 단절되고, 중국의 체제는 우리나라에서 반공, 빨갱이 등 반감이 극대화됐다. 시간이 흐른 후, 중국이 다시 문호를 개방하면서 국가적인 교류는 이루어졌지만 문화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너무나 다른 나라가 되어 버렸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소통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모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지음에서는 이런 중국에 대해 알아보고 이해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중국 작가의 소설을 선택했다. 우리와 국가의 체제는 다르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개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중국의 정책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중국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자.

개구리는 ‘계획생육’, 즉 산아제한 정책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 나라의 산아제한 정책은 피임을 장려하고 ‘아들, 딸 구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인식 전환을 중점에 두고 진행됐다면 중국의 계획생육은 여타 국가들의 계획생육과는 달랐다. 중국은 인식 전환과 동시에 루프, 정관수술, 임신중절 수술 등 개인에게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해 산아를 제한했다. 이렇게 강압적인 중국의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오히려 중국은 인구 억제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지표를 바탕으로 홍보하고 정책을 정당화한다. 당 체제 선전에 효과적인 것만으로 계획생육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당시 중국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국가가 모두 막을 수 없었던 생명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가둘 수 없듯, 여자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도 절대 막아서는 안 된다.”

- 책 뒷 표지

국가는 루프, 정관수술, 임신중절 수술 등 개인의 동의없이 수술을 강제했다. 런메이의 첫째 출산 과정에서 강제로 루프 시술을 하거나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에게 강제로 정관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국가의 강압적인 정책은 생명을 향한 그들의 마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겅슈롄의 몸이 점점 가라앉는가 싶더니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았어요 …(중략), 최선을 다했지만 겅슈롄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 192쪽

“수술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습니다. 하얀 천이 런메이를, 런메이의 몸을, 런메이의 얼굴을 덮고 있었습니다.”

- 234쪽

겅슈롄, 왕단은 둘째 임신 후 수 개월 동안 숨어 지내고 도망다녔으며 런메이는 불법 시술을 통해 루프를 제거했고, 남편 몰래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나 겅슈렌은 임신 후 숨어다니다 발각되고 강에서 도망치던 중 사망했고, 런메이는 임신중절 수술 중 사망했다. 또 왕단은 도망치다 뗏목에서 미숙아를 출산하고 사망한다.

국가의 군사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5.18 민주화운동과 출산을 막는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저항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결국 국가의 체제, 사상은 그 속에 속한 개인에게 영향은 줄 수 있으나 불의에 저항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을 지울 수 없다.

개구리 울음, 개인의 처절한 외침

인류의 가장 장엄한 감정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생명에 대한 사랑입니다. 이에 비하면 다른 사랑들은 하나같이 모두 평범하고 저속합니다. ......

- 423쪽

하지만 그날 개구리 소리는 곡소리 같았어요. 마치 수없이 많은 갓난아기가 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원래 아기가 태어날 때 들리는 첫 번째 울음소리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음악이거든요. 하지만 그날 밤 들었던 개구리 울음소리엔 원한과 굴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상처 입은 수많은 아기의 정령이 호소하는 것 같았다니까요?

- 461쪽

계획생육의 실무자였던 고모는 개구리 울음 소리를 수많은 갓난아이의 울음으로 들었다.(중국말로 개구리 ‘와(蛙)’하고 인형 ‘와(娃)’ 하고 발음이 같다.) 또 그 울음에 원한과 굴욕이 깃들어 있다고 얘기함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고모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그에 대한 참회로 인형을 빚게 된다. 작가는 개구리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표현하고 싶었으며 개구리 울음소리를 세상에 나오지 못한 생명들의 울음으로, 또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처절한 외침에 대한 애도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온 마음을 다한 계획생육에 대한 참회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제가 지은 죄를 참회하면 죄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위로와 가르침으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속죄할 수 있다면 저는 계속 글을 쓸 생각입니다. 진정한 글쓰기만이 속죄의 방법이라면 온 정성을 다해 글을 쓰겠습니다.

- 293쪽

“ 선생님, 저는 창작이 속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극본이 완성된 후 마음속에 자리한 죄의식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왕런메이와 그녀 배 속의 아이(물론 제 아이기도 합니다.)가 죽은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핑계를 들먹이며 저는 쏙 빼고 그 책임을 고모와 계획생육 실무자들, 위안싸이, 심지어 왕런메이에게 전가하려 했지만 수십년 동안 저는 줄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제가 바로 유일한 원흉이란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제 ‘미래’를 위해 왕런메이와 아이를 지옥으로 보냈습니다. 천메이가 낳은 아이가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아이의 환생이라고 상상했지만 그건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점토 인형에 대한 고모의 마음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유일한 존재이며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손에 묻힌 피를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걸까요? 죄의식에 얽매인 영혼을 벗어던질 방법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 443쪽

개구리는 인물의 서사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기에 개인을 향한 폭력, 아픔과 고민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주인공(작가)는 글을 쓰고, 고모는 인형을 빚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참회한다. 처음엔 이런 개인의 참회로 그치는 것이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음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계를 부여하는 것도 결국 우리의 잣대로 판단한 결과임을 깨닫게 됐다. 중국인들은 계획생육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죄책감, 잘못과 마주하며 온 마음을 다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런 자세와 마음만이 생명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개인의 삶과 행복을 추구하며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잘잘못을 따지며 살아온 우리에게 이런 중국의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다른 이념의 국가,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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