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2022. 03. 13
발제자 : 조현준


나는 죽는다.
그렇기에
나는 살아있다.


죽음이 있기에 생은 의미가 있다. 완전한 생만이 존재하는 세계는 아픔과 고통을 모르는 기계의 삶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삶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떠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잘 살고싶고,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을 경험해본 사람이 돌아와 삶의 의미를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의 의미가 어떻게 삶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지는 알기 쉽지않다.
운이 좋게도, 이어령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엷은 막을 꿰뚫어 보았다.


그가 느낀 육체의 고통들과 가까워진 죽음과의 거리는 그가 죽음이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하게 했고, 그렇게 나누어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삶보다 강한 에너지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평생 ‘죽음을 기억하라’고 외치던 선생님은 드디어 곁에 가까이 와서 누운 죽음을 잘
사귀어 보기로 하셨고, 그렇게 알게 된 그 미스터리하고 섬뜩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셨다.’ - 21p


‘우리 모두 죽음의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나의 스승은 바로 눈앞에 앉아있었다.’ - 31p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누구나 머리는 자기것이지요. 요히려 다들 제 생각에만 빠져 살지 않습니까?”


“머리는 자기것이지만 생각은 남의 것이니 문제지... 내 머리로 생각하면 전혀 다른 앵글이 나와.” - 38p


큰 질문을 경계하라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질문이 너무 커. 책 한권으로도 담을 수 없는 큰 것을 내게
물어본다네. 평생 공부하고 써야 할 것을, 나한테 물어본다구.” - 55p

대낮의 눈물, 죽음은 생의 클라이맥스

“여섯살 때의 일이었어. 나는 혼자서 대낮에 굴렁쇠를 굴리며 놀았다네. 보리밭 오솔길에서 굴렁쇠를 굴리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 여섯살 짜리가 죽음을 느낀거야. 그늘까지 다 사라진 정오였네.”

“왜 하필 정오였지요?”

“존재의 정상이잖아. 뭐든지 절정은 슬픈거야. 정오가 지나면 모든 사물에 그림자가 생긴다네. 상승과 하락의 숨막히는 리미트지. 나는 알았던거야.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 걸. 그게 대낮이라는걸.” - 57p

“어린 이어령은 그때 무엇을 본 걸까요?”

“대낮의 빛. 그걸 느끼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렀어. 프로이트도 어린아이 놀이에서 그 유명한 ‘포르트-다’를 발견했잖아. 두살짜리 외손자가 실타래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공포를 다루는 심리 연습을 캐치한거지. 털실이 침대 밑으로 굴러들어가면 ‘어? 없네’ 했다가 당기면서 ‘어? 있네’ 하는거지.”

“엄마 없다? 엄마 있네! 어찌 보면 그게 우리 인생의 전부라네”

“ ‘엄마 있네’의 확신이 없으면 인생에 바람구멍이 뚫려버리죠. 가장 가까운 타자가 시야에서 사라져도 영영 떠난게 아니라는 믿음, 그 믿음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저는 압니다.”

“엄마의 부재를 자기 통제 속에 두는거야. 연애도 마찬가지야. 어떤이는 애인이 언제 떠날지 몰라 늘 불안해해. 그래서 실연당하기 전에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버려. 그게 일종의 ‘포르트-다’라고 할 수 있네.”

“엄마가 없는 쪽에다 힘을 싣느냐, 있는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
해피엔딩으로 볼 수도 영원한 헤어짐으로도 볼 수도 있어.” - 59p

쓸수 없는 글

“내가 여러번 이야기하지 않았나. 덮어놓고 살지 말라고. 왜냐면 우리 모두 덮어놓고 살거든. 덮어놓은 것을 들추는 게 철학이고 진리고 예술이야.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감쪽같이 덮어놓고 있는 게 무엇일 것 같나?”

“눈물은 아닐 테고요.”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둔 것. 그건 죽음이라네. 모두가 죽네. 나도 자네도.” - 70p

죽음이란 주머니 속에서 달그락 거리는 유리그릇.

“우리가 진짜 살고자 한다면 죽음을 다시 우리 곁으로 불러와야 한다네. 눈동자의 빛이 꺼지고, 입이 벌어지고, 썩고, 시체냄새가 나고... 그게 죽음이야. 역설적으로 죽음이 우리 일상 속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었던거야. 신기하지 않나? 죽음의 흔적을 없애면 생명의 감각도 희미해져” - 71p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속에 진실이 있어. 경계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네.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 은폐가 곧 거짓이야.” - 72p

지혜의 시작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정해진 운명을 아는 자가 지혜자인가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지. 빅데이터가 모든 걸 설명해 주지 못해.
합리주의의 끝에는 비합리주의가 있지. 그렇다고 타고난 팔자에 인생을 맡기고 자기 삶의 운전대를 놓겠나? 아니될 말일세.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 83p

“인간이 노력할 수 있는 세계에 운을 끌어들이면 안돼.” - 86p

솔로몬이라는 바보. 바보의 거짓말

“지구가 동그랗든 평평하든 우리의 삶에 무슨 상관이 있나? 미국엔 진화론도 지동설도 믿지 않는 사람이 4000만명이나 돼. 그래도 사는 데는 문제가 없어 왠지 아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수학적 진실, 과학적 진실, 삶의 진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걸 알아야 하네. 그런데 어릴때 야단맞을까 두려워 딴소리 안하고, 고분고분 둥글둥글 살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고 살게 돼. 안타까운 일이네.” - 97p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진실이 있다

“디테일 속에 진실이 있다고. 외국 논문을 보면 모든게 아주 작고 시시콜콜한 데서 시작해. 구체적이지. 한국 유학생들이 유학가서 지적받는게 뭔줄 아나? 문제를 구체화 하지 않고 일반화 한다는 거야.” - 117p

이익을 내려면 관심있는 것에서 시작하라.

“선생님 럭셔리한 삶이 뭘까요?”

“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사람의 럭셔리지.”

“세일해서 싸게 산 다이아몬드와 첫 아이 낳았을 때 남편이 선물해준 루비 반지 중 어느것이 더 럭셔리한가?” - 153p

“이야기는 대화 속에서 만들어져, 과거엔 나 혼자서 생각하고, 나 혼자서 다 만들어 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따져보면 내 글이란 없는걸세. 텍스트는 상호성 안에서만 존재해.” - 155p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닌 한 커트의 프레임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하잖아. 탄생의 그 자리로 가는거라네. 그래서 내가 일관되게
얘기하는 것은 죽음은 어둠의 골짜기가 아니라는 거야. 5월에 핀 장미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대낮이지. 장미 밭 한복판에 죽음이 있어. 세계의 한복판에. 생의 가장 화려한 한가운데.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야. 고향이지.” - 157p

탕자, 돌아오다.

“아흔아홉마리 양은 제자리에서 풀이나 뜯어 먹었지. 그런데 호기심 많은 한 놈은 늑대가 오나 안오나 살피고, 저 멀리 낯선 꽃향기도 맡으면서 지 멋대로 놀다가 길 잃은거잖아. 저 홀로 낯선 세상과 대면하는 놈이야. 탁월한 놈이지.”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 167p

바보로 살아라. 신념을 가진 사람을 경계하라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타고나. 모든 아이들이 다 타고나. 천재로 태어나서 둔재로 성장할 뿐이지. 하나님이 주신 것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사는 사람들이 천재라네.” - 173p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게 인간사인데 ‘예스’와 ‘노우’만으로 세상을 판단하거든. 메이비를 허용해야 하네. 메이비 덕분에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리는거야.” - 174p
꿈은 이루는게 아니라 지속하는 것.

“프로세스! 집이 아니라 길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나. 나는 멈추지 않았네. 집에 정주하지 않고 끝없이 방황하고 떠돌아 다녔어. 꿈이라고 하는 것은 꿈 자체에 남아있는 거라네.역설적이지만, 꿈이 이루어지면 꿈에서 깨어나는 일 밖에는 남지 않아.” - 176p

상처를 가진 자가 활도 가진다.

“고통은 피할수는 없는 건가요?”
“삶의 고통은 피해가는 게 아니야. 정면에서 맞이해야지. 고통은 남이 절대 대신할 수 없어. 오롯이 자기 것이거든.” - 196p
“인간은 다 다른 삶을 살고 있어. 그러나 추위처럼 모두가 느끼는 감각이 있네. 인류 공통의 아픔이 있으면 내 추위와 남의 추위의 공감이 일어나는 거야. 어설픈 공감보다, 추위로 확연히 느껴지기 전까지는 오히려 ‘모른다’는 인정이 매우 중요하다네.” - 195p

눈물은 언제 방울지는가

“이 시대는 핏방울도 땀방울도 아니고 눈물 한방울이 필요하다네. 지금껏 살아보니 핏방울 땀방울은 너무 흔해. 서로 박터지게 싸우지. 피와 땀을 붙여주는게 눈물이야. 가장 약할때 가장 강한것이 나오는 법이라네.” - 213p

인사이트는 능력 바깥의 것

“영성이란 말이지.... 뭔가를 구하고 끝없이 탐하면 자기 능력을 초월하는 영감이라는 게 들어오는거야.” - 218p
“어린애들은 다 영성을 가지고 태어나. 어른이 되면 무뎌질 뿐이지. 어린애의 슬픔. 어린애의 두려움, 어린애의 그리움은... 모르지만 다 알고있는 상태라네.” - 223p

누가 짐승이 되고 누가 초인이 되는가
“인간은 극심한 고난에 처하면 자기가 몰랐던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네. 보통때 사람은 육체와 지성, body와 mind로 살아가는데 극한에처했을 때나 죽음에 임박했을때 spirit, 영적인 면이 되살아나는거야.” - 232p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

“허허 궁극적으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 밖에 없어. 그게 자족이지. 자족에 이르는 길이 자기다움이야.” - 236p

욥 그리고 자족의 경지.

“욥은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신까지 저주하잖나. 내가 그렇게 열심히 믿었는데 왜 불행해야 하냐는거지. 전 생애를 믿었는데 부정하지 않나. 부정의 극치까지 가니 하나님이 내려와 구제를 해주었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그저 덮어놓고 믿지.” - 237p

돈의 길, 피의 길, 언어의 길

“돈은 인생에서 무엇입니까?”

“인간이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기가 막힌 것이 돈이라네.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교환을 하며 살아가지. 첫번째는 피의 교환이라네. 그게 사랑이고 섹스지. 두번째는 언어교환. 그리고 돈의 교환이라네. 돈의 교환을 통해 생산과 소비와 시장이 만들어 지는 거지.”

“피, 언어, 돈을 기억하게. 돈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아야 하네. 애들한테 가르칠 때 황금은 황금으로 보고, 돈은 돈으로 보도록 가르쳐야 하네.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면 비극이 생겨. 사실 생명과 돈처럼 먼게 없다네.” - 264p

“돈은 돈의 교환을 해야지. 피의 교환을 하면 안되는거거든. 돈의 교환으로 피의 교환을 하고 언어의 교환을 하려 들면 비극이 생겨. 3대 교환은 서로 제 갈길이 있는거야.” - 265p


리더는 사잇꾼, 너와 나의 목을 잇는 사람들.

“이것과 저것의 대립이 아니라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인 상태. 함께 있되 거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그 ‘경계의 힘’ . 이쪽과 저쪽의 사이를 좋게 하는 사람이 필요하겠군요?”

“그런 사람이 바로 21세기의 리더고 인재라네.”

목자, 인류 최고의 생명자본 .

“목적같은 것 없어. 생명. 살아있는 것. 그게 이세상이라네. 눈물나는 세상이라네.” - 277p

마지막 선물

“선생님 마지막으로 물을께요. 당신의 삶과 죽음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면 좋겠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바다에 일어나는 파도를 보게.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아무리 거세도 바다에는 수평이라는게 있어. 항상 움직이기에 바다는 한번도 그 수평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네. 하지만 파도는 돌아가야 할 수면이 분명 존재해. 나의 죽음도 같은거야.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 본 적은 없으나 내 안에 분명히 있어. 내가 돌아갈 곳이니까.” - 293p

“촛불도 마찬가지야. 촛불이 수직으로 타는 걸 본적이 있나? 없어. 항상 좌우로 흔들려. 파도가 늘 움직이듯 촛불도 흔들린다네.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도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네. 그게 살아있는 것들의 힘이야.”

“인간은 우주선을 만들어서 높이 오르려고도 하고, 심해의 바닥으로 내려가려고도 하지. 그러나 살아서는 그 곳에 닿을 수 없네. 촛불과 파도 앞에 서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 - 294p

에필로그.

“어렸을 때 엄마와 애착이 심해지면 치맛자락 붙잡고 그러잖아. ‘엄마 나 두고 죽으면 안돼.’ 그때 어머니가 뭐라고 그래? ‘엄마 안 죽어. 너 두고 절대 안죽어’ 그러면 마음이 풀리고 안심이 되지. 아무리 어린애라도 죽는다는 걸 왜 몰라. 그런데 엄마가 ‘너두고 절대 안죽는다’

그러면 그 순간 우리에게 죽음이란 없는거야. 우리가 죽음을 이기는 거라네” - 296p
“어머니가 내게 해줬던 것처럼 ‘걱정 마. 나 절대로 안죽는다’ 그러면 그 아이는 얼었던 두 손을 비비며 너무 기뻐하겠지. 그 순간 주차장의 자동차들은 팡파르처럼 경적을 울릴 거야. 죽음을 이긴 승리의 트럼펫이 울리는 거야. 그러면 춥고 멋없는 콘크리트 차고는 초원으로 변하고 꽃들이 사방에서 피어나겠지”

“나 절대로 안죽어.”

이어령과 김지수의 대화는 삶과 죽음을 다루었고, 죽음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자기 자신 되기이다. 남의 말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하여
이야기하거나, 너무나도 쉽게 어떠한 거대 담론들을 들먹이며 삶을 일반화 하는 태도는, 끝과 끝을 오가려는 삶의 역동성과는 다르게 회피적이며, 정적이다. 이어령은 진정한 자기자신되기의 마법은 스스로의 머리로 사고하며, 아흔 아홉마리의 양과는 다르게 꽃의 아름다움을 느껴도 보고, 용기를 내어 늑대를 쫓아내 보는 나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할 필요를 이야기한다.

그 다음으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삶은 파노라마가 아닌 하나 하나의 프레임으로, 그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닌 프레임 하나 하나의 한복판에, 아름다움이 있는 모든 곳에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빛이 가장 밝을 때의 어둠에 대해, 매일매일 맞이하는 밤이라는 죽음에 대해, 침묵과 정적에 대해 얼마나 어색해 하는가? 혹 그 죽음들이 무서워 내가 아닌 소리로 그 공간을 채우고 있지는 않는가? 이어령은 빈 공간이 많아지는 것은 비어지는 것이 아닌 영혼으로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됨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죽음은 삶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며, 파도와 촛불처럼, 생의 역동성이 죽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궤도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상호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세상은 ‘예’와 ‘아니오’가 아닌 ‘아마도’의 가능성으로 가득차있다. ‘아마도’는 나눠져 있는 두개를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의 단어이며, 내일이 올 수 있음을 믿는 언어이다. inter 라는 관계성, 상호성, 주체와 주체 사이에 존재하는 무형의 무언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다. 그러나, 상호성의 마법은 아픔에서부터 시작한다. 함께 추위를 느끼고, 감정을 교환하는 등, 연약함에 대한 교류는 인간이 서로 다르지만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피어난 눈물 한방울로, 상호성이라는 관계와 사랑으로,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 분투했던 삶의 흔적과 함께, 죽음을 내 안에 두는것이다.
죽는다는 것 때문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을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순간순간 삶에 오는 찰나의 빛과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한 몸부림은, 스스로가 돌아갈 곳을 기억하는 내 안의 또다른 공간인 죽음을 인식하는 균형이다.


그렇게 삶과 죽음은 반복된다. 우리는 또 다시 살아지고, 죽어진다. 삶과 죽음이 이미 내 안에 있다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영혼은 우주 속에서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