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2022. 02. 13


발제자 : 조현준


‘그는 멕시코 해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여든날 하고도 나흘이지나도록 고기 한마리 낚지 못했다.’ - 9p


‘사람들은 그를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살라오’라고 불렀다.’


‘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줄 몰랐다.’ - 10p


“우리한테는 신념이 있지, 안그러냐?” - 11p


노쇠한 몸과 주름진 이마와 얼굴, 노인의 몸은 하나같이 늙어있었다. 다만, 늙지 않는
한가지의 것은 푸른 바다와도 같은 그의 두 눈이었다.

동네의 어부들은 운없는 사람이라고,고기를 잡지 못하는 어부라고 노인을 놀리고 조롱한다. 하지만, 노인은 조금도 화를 내지않는다. 노인을 존경하는 소년 산티아고가 그의 옆을 지킨다.


“네가 내 친아들이라면 너를 데리고 멀리 나가 한번 모험을 해보고 싶구나. 하지만 네겐 아버지와 또 어머니가 계시니. 게다가 지금 넌 운 좋은 배를 타고 있고.” - 13p


‘소년이 돌아와 보니 노인은 의자에 앉은 채 잠이 들어 있었고, 해는 이미 떨어져 있었다.소년은 침대에서 낡은 군용 담요를 가져와 의자 뒤쪽에서 펴서 노인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그의 어깨에는 아직도 이상하리만큼 힘이 흘러넘쳤다.” 19p

‘노인의 꿈에는 이제 폭풍우도, 여자도, 큰 사건도, 큰 고기도, 싸움도, 힘겨루기도 , 그리고 죽은 아내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러 지역과 해안에 나타나는 사자들 꿈만 꿀 뿐이었다. 사자들은 황혼속에서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뛰어 놀았고, 그는 소년을 사랑하듯 이 사자들을 사랑했다. 그는 한번도 소년의 꿈을 꾸어 본 적이 없었다.’ - 27p


“할아버지, 행운을 빌어요”
“너도 마찬가지야 .” - 29p


노인은 꿈을 꾼다. 노인의 꿈에 나타나는 것은 현실의 것들이 아니다. 그는 한번도 본적 없지만, 선명하게 본적 있는 황혼 속 사자들의 꿈을 꾼다. ‘노인은 바다를 늘 ‘라 마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이곳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바다를 부를때 사용하는 스페인 말이었다. 그는 바다를 언제나 여자인 것처럼 불렀다.’ - 31p


‘젊은 어부들 가운데 몇몇, 낚싯줄에 찌 대신 부표를 사용하고 상어 간을 팔아 번 큰 돈으로 모터보트를 사들인 부류들은 바다를 ‘엘 마르’라고 남성형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바다를 두고 경쟁자, 일터, 심지어 적대자인 것처럼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 큰 은혜를 베풀어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정확하게 미끼를 드리울 수 있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단지 내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 34p


“고기야, 나는 너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존경한단다 .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난 너를 죽이고 말테다.” - 55p


노인은 바다를 미지의 세계라 부른다. 나에게서 모든것을 빼앗아 갈 수 있고, 모든것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바다를 대한다. 몇몇의 젊은 어부들은 바다를 정복의 대상, 경쟁의 대상, 일터 정도로 생각한다. 그들은 바다를 적대시한다.


노인은 84일동안 운이 없었지만, 또 다른 하루에는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올 수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거대한 청새치가 노인의 낚싯바늘을 문다.


“하느님, 제발 쥐가 풀리도록 해 주세요. 저 고기놈이 무슨 짓을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 61p


“저 놈이 이제 올라오고 있구나. 자, 손친구야. 자, 제발 어서 정신을 차려.” - 63p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 놈은 저희들을 죽이는 우리 인간들보다는 똑똑하지가 않단 말이야. 비록 저놈들이 우리 인간들보다 더 기품이 있고 힘이 세지만 말이지.” - 64p


거대한 청새치가 노인의 낚싯줄에 걸리긴 했지만, 노인은 그것을 끌어올릴 힘이 없다. 너무도 크기 때문에 오히려 청새치가 노인의 배를 끌고 간다. 노인과 청새치의 사투가 시작된다.


“날마다 사람이 달을 죽이려 해야 한다고 상상해봐 ,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아마 달은 달아나 버리고 말거야. 하지만 인간이 날마다 해를 죽이려 한다고 상상해봐. 우리는 운이 좋게 태어난거야 , 그는 생각했다.” - 77p


‘저 놈을 잡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저 고기를 먹을만한 자격이 있을까? 아냐 그럴 자격이 없어. 저렇게도 당당한 거동, 저런 위엄을 보면 저놈을 먹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란 단 한사람도 없어.’
노인은 바다에서 살아가며 바다의 것을 가져가며 감사해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인간의 몸으로는 별을, 달을, 해를 죽일 수 없다. 운이 좋게도, 바다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내어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인은 1. 바다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감사함. 2. 바다가 나에게도 원하는 것을 내어줄 수 있다는 믿음. 3.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삶을 걸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 원리를 알고 있는 노인의 눈은 바다의 색과 같이 맑고 푸르다.


‘그런 다음 노인은 길게 뻗은 노란 해변이 나오는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사자
한마리가 이른 새벽 어두컴컴한 바닷가로 내려오더니, 이어 다른 사자들도 뒤따라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자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보려고 기다리는 동안 그는 기분이 자못 흐뭇했다. - 83p


“저 놈이 20킬로그램쯤은 뜯어 갔겠는걸.”


“하지만 나는 내 고기를 공격한 상어를 죽었어.”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낚싯줄이 걸린채로 헤엄치던 청새치는 상어에 의해 공격받는다. 그리고 청새치의 살들은 상어들에 의해 먹히게 된다. 노인은 상심하지만 자신의 고기를 먹은 상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노인은 상어 놈이 고기를 물어뜯고 잡아당길 때 배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한 놈은 가늘게 찢어진 누런 눈깔로 노인을 빤히 쳐다보더니 잽싸게 다가와 반달 모양의 주둥이를 쩍 벌리고 이미 뜯겨나간 살 쪽을 잽싸게 덮쳤다. 노인은 그곳을 향해 노에 메어 놓은 칼을 푹 찌르고 난 뒤 뽑아서 이번에는 고양이 눈깔같은 누런 눈알을 향해 다시 한번 더 내리 찔렀다. 상어는 고기에게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나가며 죽으면서도 물어뜯은 살 조각을 삼키고 있었다.’ - 110p


“놈들이 고기 사분의 일은 뜯어 간 것 같군.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를 말이야.” - 111p


“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더 좋았을걸, 또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고기야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구나. 그래서 모든게 엉망이 되어 버렸던거야 .” - 111p


‘이제 난 상어 놈들한테 완전히 지고 말았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 이제 너무 늙어서 몽둥이로 상어를 때려죽일 만한 힘도 없어. 그렇지만 내게 노와 짤막한 몽둥이와 키
손잡이가 있는 한 끝까지 싸워 볼 테다.’ - 113p


“갈라노 놈아, 이리 덤벼라, 어디 다시 한번 덤벼 보아라.” - 115p


“놈들과 싸우는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 117p


‘노인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죽은 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손바닥을 만져 보았다. 손은 죽어있지 않았고, 그래서 두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 117p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인 노인은 상어들을 모두 물리친다. 이제 그의 배에는 뼈만 남은 앙상한 청새치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싶군.”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넌 바다에서 보낸 여든 날하고도 나흘로 그것을 사려고 했어. 상대방도 네게 그걸 거의 팔아줄 듯 했잖아.” - 118p


‘이튿날 아침에 소년이 오두막집 문 안을 들여다 보았을 때 노인은 잠을 자고 있었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오두막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 123p


“코끝에서 꼬리까지 무려 5.5미터나 되는군!” - 124p


“정말 굉장한 고기더구나 . 저렇게 큰 놈은 난생처음 보았다니까 .”
“그놈들한테 내가 졌어 마놀린. 놈들한테 내가 완전히 지고 만거야.”
“할아버지가 고기한테 지신게 아니에요.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라고요”


“그렇지. 정말 그래. 내가 진건 그 뒤였어.” - 125p

“이젠 할아버지와 같이 나가서 잡기로 해요.”
“그건 안돼. 내겐 운이 없어. 운이 다했거든”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운은 제가 갖고 가면 되잖아요.” - 126p

‘길 위쪽의 오두막집에서 노인은 다시금 잠이 들어 있었다.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고, 소년이 곁에 앉아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 128p


노인은 패배했는가?


이 책에서는 노인이 배보다도 큰 5.5m의 고기를 얻기 위해 벌였던 사투를 확인할 수 있다. ‘살라오’라고 불리는 운없는 노인의 84일은 어땠을까? 다른사람들의 조롱, 놀림거리가 되어가며 고기를 잡지 못했던 스스로의 능력을 비관해 왔을까? 아마 그랬을 수 있다. 자신이 고기를 못잡는 사람은 아닌지, 운이 정말로 없는것은 아닌지, 다른 배들은 얼만큼 고기를 잡아오는지 비교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바다에 나가는 날을 ‘새로운 행운’이 찾아올 수 있는 하루로 부른다. 우리가 그를 보았을때 84일이었을 뿐, 그가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날들은 그저 1일이었을 뿐이다. 흔히, 노력의 시간들이 쌓여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노력하는 과정이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정은 결과를 위해 있는 것인가? 결과는 무엇인가? 거대한 고기를 잡는 좋은 결과를 이룬다면, 좋은 결과 그 이후의 삶은 무엇인가?


이 책은 한국의 초등학교 베스트 셀러이자 고전이라고 불린다. 다양한 비평서들은『노인과 바다』의 해설을 결과보다 과정이 중심임을 알려주는 책이라 이야기하며 호평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며 사건의 과정과 결과를 연결짓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삶의 과정은 결과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이 보냈던 바다의 하루하루는 단순히 과정이나 결과로서 설명될 수 없다. 노인은 바다를 사랑했으며, 새로운 오늘의 하루가 기회와 행운으로 가득 차있음을 믿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온전한 하루의 시간에 집중했다.

이 책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로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여 결과에 대한 위로를 하는 좁은 의미의 책이 아니라, 그 두가지를 초월하여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연속적인 과정일 뿐이며, 인간에게 명확한 결과는 죽음 뿐이기 때문에 삶의 모든 순간을 나의 순간으로 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노인은 패배했는가?
아니다. 노인은 상어와 바다에게 졌을지언정, 삶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삶을 살아내고 사자의 꿈을 꾸며, 황혼 속에서 맑은 눈을 가진 노인의 모습은, 하루 하루를 승리해 내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노인에게 있어 바다는 노인이 존재할 수 있는 무한한 삶의 공간이며 꿈을 꿀 수 있게하는 기회의 장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는가? 나의 하루는 온전한 나의 것인가? 결과를 위해
살아가지는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