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야만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단다. 와센지는 악마들을 섬긴다. 너를 먹어치우지 않게 조심하려무나” - 16p

“네가 여기 있는 건 네 아버지가 사이드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야. 내가 여기 있는건 내 아버지가 사이드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고.” - 38p

소년 유수프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아지즈의 종으로 팔려간다.

“그는 너의 아저씨가 아니야. 사이드라고 불러 사이드!” - 40p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인 유수프였지만, 그가 고향을 떠나왔다는 것 쯤을 알고 있었다. 고향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고향에 다시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오는게 맞았는지, 떠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는 정해진 바가 없었다.

“네가 그분의 하인이야. 내가 그분의 하인이고. 그분의 노예라고. 너는 머리도 안쓰냐? 너한테는 모든 일이 항상 너 주변으로 돌아가는 거냐?” - 65p

고향을 떠나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삶을 마주한 유수프는 그곳의 생활에 궁금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이리 와. 너, 사이드꼐서 아침에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신다. 너는 우리와 같이 가서 장사를 하며 문명과 야만의 차이에 대해 배우게 될 거다. 지저분한 가게에서 노는 대신에… 이제 좀 컸으니 세상이 어떤지 돌아볼 때가 되었지.” - 76p

“저런 인간들을 신이 창조했다고 상상해보세요! 죄악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 붉을 수가 있죠? 피를 마시는게 틀림 없어요.” - 85p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내륙과 해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야만인과 문명인의 경계에 대해서 유수프는 혼란스럽기만하다. 그러나, 세상 어딘가엔 분명 이곳과는 다른 낙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이 있는 집에, 폭포가 떨어지는 아름다운 곳이 있을것이라 믿는다.

“낙원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지 않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폭포들이 있다고 생각해봐. 유수프, 이보다 훨씬 아름다운 걸 상상해봐라. 어디에나 물이 있는거야. 인도에는 그런곳이 있어.” - 111p

아지즈의 밀수 거래 여행에 참여하게 된 유수프는 함께 가게 된 상인들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세상에는 땅을 차지하려는 유럽인들이 모두의 것들을 빼앗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우리 앞에 있는 시간들이 두려워.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유럽인들은 아주 작정한 것 같아. 땅을 번창시키는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에는 우리 모두를 짓뭉갤거야. 그들이 좋은 일을 하려고 여기에 와 있다고 생각하면 당신들은 바보야. 그들이 노리는 건 장사가 아니라 땅 자체라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 그리고 우리” - 119p

“킴와나, 이 애가 쿠란을 읽을 줄 모른대!”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신의 말씀을 알지도 못한대!” “ 가엾은 아이! 네가 우리 집에 비극을 몰고 왔구나” - 135p

쿠란이 곧 생명인 스와힐리인들에게 문맹인 유수프의 존재는 불편함이었다. 알라에게 복종하고, 쿠란을 배우는 것 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저들이 행복해 하는걸 봐라. 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짐승 무리 같구나. 우리 모두는 저렇다. 무지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편협한 존재들이다.” - 174p

“인도인들은 유럽인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아는거야. 그러니 우리에게는 인도인하고 일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 179p

여행속에서,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유수프이지만,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며 다른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뿌리는 어디에 세워진 것일까? 유수프는 어디에 속해있을까?

“칼릴처럼 신경질 적이고 호전적이고, 사바으로부터 포위되고, 의존적이고. 미지의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 고향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곳에 사는 칼라싱가처럼. 그리움에 애가타고 잃어버린 완전함에 대한 생각에서 위로받으며, 악취나는 이런 저런 곳들에 갇혀있는 그들 모두처럼.” - 229p

“그분의 미친 마음에 뭐가 있는지 정확히 누가 알겠느냐만, 문제는 그분이 아무것도 괘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야. 자신이 하는 짓을 두려워 하지 않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허황된 천사… 너는 천사가 아니야. 너한테는 재능도 없어. 너는 이 문제와 관련해 두려움을 느껴야해.” - 275p

아지즈의 정원에서 일하게 된 유수프는 마님과 아미나에 대해 알게되고, 아지즈의 과거를 듣게 된다.

“그러나 당신은 그분의 노예였잖아요…. 지금도 그분의 노예고요. 당신은 그렇게 되고싶은건가요? 자유를 준다고 할 때 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 291p

“나는 네가 이야기하는 자유가 뭔지 알아. 내가 태어난 순간 가지고 잇던 자유지. 이사람들이 넌 내것이다. 나는 너를 소유한다고 할 때, 그것은 비가 지나가는것이나 하루의 끝에 해가 지는 것과 같은거야. 그들이 좋아하든 말든 다음날 아침해는 다시 뜬다고. 자유도 마찬가지야. 자유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 292p

떠남. 떠나는 것은 자유지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아지즈는 칼릴의 누이와 결혼을 했고, 칼릴은 이후 떠날 수 있지만 떠날 수 없었다. 누이도 자유를 얻었지만, 자유의 몸이 아니었다. 이것이 그들의 운명을 엮고 있는 족쇄였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여기가 지옥이라면 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그들은 우리가 두려워 하고 순종적이고, 우리를 학대할 떄 조차 그들을 존경하도록 키웠어요. 떠나요. 내가 같이갈게요. 우리 둘다, 이름도 없는 곳 한가운데에 있어요. 어느 곳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어디를 가든 탄탄한 삼나무들과 끊임없는 수풀들, 과일나무들과 예기치 않게 화사한 꽃들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낮에 맡을 수 있는 오렌지나무 수액의 쌉싸름한 향과 밤에 우리를 깊이 포옹해주는 재스민 향도 없을 거예요. 석류씨나 가장자리에 난 향긋한 풀들의 향내도 없을 거예요. 웅덩이와 수로에서 나는 물소리도 없을 거고요. 지독히 더운 한 낮에 대추나무 숲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없을 거예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음악도 없을 거예요. 추방이나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어떻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 305p

“언젠가 독일인들이 자기 군대를 위해 짐꾼으로 쓰려고 사람들을 납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라. 그들이 오는 걸 보면 즉시 가게를 닫고 숨어라.” - 315p

“그는 너무 놀라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더러운 것을 먹는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개들은 똥을 먹고 사는 자를 보았을 때 즉각 알아보았던 것이다. - 322p

떠나온 자, 이방인, 난민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떠한 생각을 하게 할까?

자유는 선험적인 것이라 생각되어, 숨을 쉬는 것처럼 자유의 본질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강제로 땅에서 떠나온 자들이 있다. 새로운 땅에 살게된 사람들은 떠나왔던 곳에 대한 비하에 대해, 원색적인 편견에 대해 들으며 살아가게 된다. 그들에게는 자연스레 어느곳으로든 갈 자유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체성의 본질을 잃은 자들에게는 힘이 없다.

일상속의 행복, 소확행, 바람과 하늘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거대하거나 큰 행복이 아닌 사소한것의 소중함을 느끼려 하는 태도이다. 자연스럽게 공기를 느끼고, 숨을 내쉬는 것은 우리의 삶속에서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를 충분히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세상에는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자들이 존재한다. 2022년 현재에는 약 70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과 세계적으로 80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자들에게 우리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물론 우리와 그들이라는 단어는 하나가 되기 위한 시작으로의 구분일 뿐이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고 그 곳에서 정체성이 단절되지 않아야 우리는 그곳에 사는 자유와 책임을 더불어 일으킬 수 있다. ‘난민 정책’ ‘이주민 정책’이라는 구분적 정책과, ‘반대 시위’는 열등감의 씨앗을 심고, 그 땅을 또 다시 분열시킨다.

자유는, 선험적이기 때문에 판단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몸이 자유로운 것, 이동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의 삶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한 것이다.

적어도, 난민들에게는 그 자유가 박탈되어 있다. 이것이 난민문제의 핵심이다. 자유의 회복은 난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