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지음에서는 소설 [악인]을 읽고 책 뒤에 나와있는 세개의 질문, ‘왜 사건은 일어났던 것일까?’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악인은 대체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보았다.

소설 [악인]은 낮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밤에는 본인의 생계를 위해 만남 어플에서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요시노와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 본인의 감정과 내면이 많이 억눌러져 있는 상태인 유이치, 그런 그를 사랑하며 30년동안의 본인의 삶의 새로운 탈출구를 남성을 통해 찾으려 하는 미쓰요, 그리고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신과 타인을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누는 마스오까지,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악 성향을 드러내며 어떻게 사건이 재구성 되는지 인물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왜 사건은 일어났던 것일까?’

마스오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인물로 그의 부를 부러워하는 많은 추종세력이 그를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성이든 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싼티나는 여성, 촌티가 흐르는 여성에게는 알 수 없는 흥분감이 든다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이며 친구 쓰루다와의 대화 중 옆에 있던 요시노의 번호를 물어본다.

그 후, 마스오는 자신의 차를 탄 요시노에게 알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그녀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그녀를 미쓰세 고개에서 차 밖으로 내쫓는다. [마스오는 문득 ‘이런 여자가 남자한테 살해당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여자의 ‘이런’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런’ 여자가 어느 순간 남자의 분노를 사서 허망하게 죽임을 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271p

요시노가 마스오에 의해 치욕스러운 말과 폭력들을 당하고 차에서 쫓겨난 뒤, 그 둘을 뒤쫓던 유이치가 버림받은 요시노에게 호의를 베풀려 하자 요시노는 그를 스토킹, 성범죄자로 신고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살인자! 경찰에 신고할 거야! 성폭행했다고 신고할 거야! 여기까지 납치했다고납치해서 강간했다고! 우리 친척 중에 변호사도 있어! 우습게 보지 마! 난 너 따위 남자랑 사귈 여자가 아니야! 살인자!]-345p

과거 가족에 의해 버림받았던 유이치는 또다시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범죄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요시노의 목을 졸라 죽인다. [지금 당장 거짓말을 죽이지 않으면 진실이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두려웠다.]-347p

사건은 요시노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낀 마스오, 그에게 억울하게 치욕스러운 말과 폭력을 당한 요시노, 또 그런 요시노에 의해 진실이 가려지는 두려움을 느낀 유이치로 빠르게 전이된다. 우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분노의 감정들이 타인에게 전달되며 진실을 눈멀게 하고, 그것은 곧 폭력이라는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책에서 실제로 살인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유이치이다. 그렇다면 범인 또한 유이치인 것인 당연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범법 행위를 한 범인 보다 더한 악한 행위를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이러한 생각은 요시노의 아버지인 요시오의 독백에서도 나타난다. [요시오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딸을 죽인 범인이 있다. 딸의 애정을 짓밟은 놈이 있다. 증오를 퍼부어야 할 대상은 범인인데도 왜 그런지 자꾸만 차에서 걷어차여 쫓겨나는 딸의 모습만 떠올랐다.]-397p

뿐만 아니라, 마스오의 말들에 알 수 없는 혐오감을 느끼는 쓰루다의 독백에서도 우리는 죄를 지은 유이치만이 범인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스오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쓰루다는 금방이라도 속에서 뭔가가 솟구쳐 올라올 것 같았다.]-365p

요시다 슈이치는 과연 범죄를 저지른 사람만이 범죄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성을 무시하고 짓밟은 개인의 악함은 범죄보다 더한 악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는 것 같았다.

‘악인은 대체 누구인가?’

악인(惡人): [명사] 1. 악한 사람 2. 남을 해치려 하거나 미워하는 악한 사람.

악한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어떤 사람이 악하다는 것일까? 남을 해치려 하거나 미워하는 악한 사람은 왜 생겨나는 것인가?

이 소설에서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이야기하는 ‘악인’은 우선 사건 속에서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되며 묘사된다. 살인을 저지른 유이치는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악인’이 되며, 그로 인한 피해자 요시노는 ‘악’에 의한 희생자가 된다. 하지만 사건 속으로 들어가서 사건을 구성해 나가는 각각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과연 죄를 저지른 사람인 유이치 만이 ‘악인’인지 혼동하게 된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모든 개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그 상황에서 피해자였다는 이야기를 하며 객관적인 ‘악인’ 유이치와 거리를 둔다. [그 애가 그런 사건을 일으킨 원인은 물론 그 애를 버린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저도 벌 받을 만큼 받았어요. 생각 좀 해보세요. 어려운 형편에 자식에게 강제로 돈을 빼앗겨야 하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가슴이 아픕니다. 그 애가 괴물처럼 보이는 날도 있었어요. 지금은 미운 마음이 들 정도에요.]-413p

게다가, 피해자인 요시노와 관련된 인물들도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 두려워 본인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꺼내든다. 만남사이트에서 요시노를 만났던 학원강사 하야시는 자신의 이면이 들키게 될 것이 두려워 조사과정을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형사들에게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독백을 한다. [어쨌든 학원으로 간다. 어쨌든 성실하게 일하고, 혹시라도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두번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사죄한다. 그리고 이것만은 맹세코 말할 수 있다.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 여자애들에게 성적 흥미를 느껴본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167p

뿐만 아니라, 사건을 보도하는 매스컴과 사건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우리가 과연 악인이라는 것이 죄를 저지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며 인간 속에 있는 익명성의 추악함과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매춘부 딸이 죽어서 슬프냐? 자업자득’, ‘나도 네 딸을 산 적 있지. 하룻밤 500엔’ ‘그런 여자는 죽어 마땅해. 매춘은 위법이야’ ‘생활비 좀 보내주지 그랬어’]-354p [혹시라도 둘이 같이 도망치는 거라면 남자도 바보고 여자도 바보라고 해야겠죠. 결국 그런 남자한테는 그런 여자가 붙는다고 해야하나요, 유유상종인 셈이죠 라며 진절머리를 쳤다]-432p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객관적으로 악인이라 여기는 유이치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엄마의 뉴스 인터뷰를 들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원치 않는 돈을 뜯어내는 것도 괴로워, 양쪽 다 피해자가 되고싶어 하니까]-466p 그리고 나서 경찰에게 붙잡히는 순간 자신이 사랑하던 미쓰요에게 목을 조르는 모습으로 발각이 되며 진정한 가해자로 이 사건이 마무리 된다.

악이란 무엇일까? 요시다 슈이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곧 악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역설적으로 모든 악은 우리의 내면 속에 존재하며, 악인은 죄에 의해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요시노씨를 죽인 사람인데요, 나를 죽이려 했던 사람인데요, 세상에서 하는 말이 맞는 거죠? 그 사람은 악인이었던 거죠? 그런 악인을, 저 혼자 들떠서 좋아했던 것뿐이죠, 네 그런거죠?]-475p

우리는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절대적 선과 악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불완전한 선과 악의 경계 위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는 선을 선택하고 사랑을 통해 내면의 악성을 치유해 내는 존재가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음은 다음주 같은 작가의 또다른 작품 [분노] 영화를 보며 그가 그리는 인간의 모습을 함께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