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미시 세계의 학문에서, ‘관측’이라는 행위는 우주의 연산에 들어가는 중요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에서는 파동의 형태를 띠던 입자의 상태가 ‘관측’에 의해 어느 한 부분에서 점이 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지가 또 다른 문제였다. 우리가 대화를 나눈 큐비즘은 양자 물리학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큐비즘(QBism)은 Quantum Bayesianism의 약자로, 양자역학의 해석에 관하여 베이지언 확률을 도입한 새로운 시도이다. 베이지언 확률이란 통계학자인 토마스 베이즈가 만든 법칙인데, 외부 물질세계에 있는 확률을 ‘행위자’라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옮긴다. 즉,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명제가 진실일 지에 대한 개인적 ‘신뢰도’를 측정함으로써 신뢰의 ‘정도’를 정량화 하고, 그것을 통해 생긴 주관적 확률을 포함한 사실을 해석에 사용한다. 기본적인 확률에 의존하는 물리적 법칙인 양자역학이 베이지어니즘을 만나서 새로운 길인 ‘큐비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큐비즘은 양자역학이 지니고 있었던 과거 모순과 퍼즐을 풀 수 있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양자역학의 기존 문제는 파동의 붕괴를 수학적으로 밖에 설명해 낼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하지만 큐비스트(QBist)는 일단 그 파동이 관측이 되면, 그 관측된 사실을 갱신하는 행위자가 존재하고, 그렇게 확률을 업데이트 하여 실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고 했다. 즉, 개개인의 행위자가 관찰하는 모든 파동은 양자역학에서 주관적인 파동이며, 관측을 하는 행위자, 실험을 하는 행위자는 모두 물리학 법칙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내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모든 실험이 실험자의 주관에 따라 달려있다. 객관적 모델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큐비즘의 주장이다. 이 책에 따르면, 큐비즘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구할 수 있다. 결국 실험을 고안한 실험자가 그 결과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 고양이의 상태에 의해 자신의 실험의 신뢰도를 갱신하기 때문에,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모순은 결과의 측면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는 것이다. 0또는 1의 상태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삶과 죽음의 상태가 중첩된 상태의 고양이가 있든 없든 결과를 보는 실험자의 입장에서는 실험 중간의 모순성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큐비즘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큐비즘은 실험자 개개인의 믿음과 신념이 실제 과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자연의 법칙(과학)안에서 한발 물러나서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인간이 큐비즘을 통해 한발 더 자연의 역학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큐비즘은 여전히 논쟁이 있을법한 주장이다. 인간의 믿음 자체가 모든 양자역학의 물리적 법칙을 이해 할 수 있다는 부분은 실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누가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 대한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을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달은 파동인가?).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를 관찰함으로써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학문인데, 이 학문을 정의하기 위해 물질은 어떻게 구성되며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 중, “물질은 입자로 이루어져있고, 물질들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은 모두 다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물질은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은 동시에 무한히 흐르지만 공간만 다르다”라는 양자역학의 학파가 나뉘어졌다. 하지만 둘다 우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둘의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 것이 또다른 과제였다.

완벽히 이러한 장벽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파인만은 두 세계의 간극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정식을 고안해낸 학자이다.

파인만은 양자역학의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갖는다. ‘그렇다면 슬릿의 구조가 이중이 아니라 무한으로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기존 이중 슬릿의 파동 진폭에 새로이 생성된 슬릿의 파동 진폭이 더해지게 된다. 슬릿의 개수를 무한히 늘린다면 스크린에 찍힐 입자의 위치는 더해진 슬릿의 개수만큼의 값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무한한 개수의 슬릿으로 나누어진 장벽을 과연 장벽이 없는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빈 공간을 지나는 입자의 경로는 어떻게 계산 되어야 할까? 이 질문은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A에서 B까지 입자의 이동에 대해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제시한 질문이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두 지점 A에서 B가지 입자의 이동 경로는 슬릿의 개수가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면 입자가 빈 공간을 지날 때도 공간의 각 지점에 위치한 무한한 슬릿의 장벽들을 지나는 것과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즉, A에서 출발하여 빈 공간을 지나 B까지 도달하는 입자의 유의미한 경로를 계산하기 위해선 무한한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한한 경로에서 유의미한 확률을 지닌 경로를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이 의문을 제시한 파인만은 해법을 찾아낸다.

파인만은 먼저 입자가 A에서 B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세분화 시킨다. 입자는 이 세분화된 각 간격들 사이에서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취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가지는 것이다. 이 중에는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도착점까지 도달하는 경우의 수도 있겠지만, 우주의 가장자리를 돌아가는 비합리적인 방법도 허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방법은 기존의 물리학과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경로는 빛의 속도에 대한 한계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인만은 이것에 대한 해법을 고전역학에서 손쉽게 찾아낸다. 바로 ‘최소작용의 원리’에서 말이다. 최소작용의 원리는 우주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는 것으로, 중력 등의 예가 있다. 어떠한 물체든 움직임에 대한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시간을 최소화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물리학의 운동방정식이 된다. 파인만이 양자역학에 최소작용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입자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들의 가중치, 즉 기여도를 심어준다. 그리고 미적분을 이용하여 모든 경로들의 확률을 합산하여 입자가 A에서 B로 가장 간단히 이동할 확률을 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확률들이 서로를 상쇄시킨 후, 고전 물리학이 가리키는 최소 작용의 원리에 의한 파동이 양자역학 속에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파인만은 무한히 존재하는 양자역학의 확률과 값을 고전 물리학의 유한성, 즉 최소 작용의 법칙과 연결시킴으로써 그 간극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 학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주, 양자역학의 해석과 양자역학이 가지고있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들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다음주에는 실제로 양자역학이 4차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초적인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과 연결 지어 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