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

지음은 아픔과 위로, 진실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지난주에 이어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의 부커의 모습을 통해 진실이란 무엇인지, 우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부커는 “너 내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20쪽)라는 말을 남기고 브라이드를 떠났다. 브라이드가 헉슬리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고 범죄자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부커는 어린 시절 범죄로 형 애덤을 잃었고, 브라이드의 모습에 부커는 그 아픔을 떠올렸던 것이다. 지음은 진실을 몰랐던 부커가 브라이드의 행동에 충분히 실망할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브라이드에게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브라이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커는 그 무엇도 묻지 않고 떠나갔다. 부커는 왜 브라이드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을까? 부커가 이야기하는 ‘원하는 여자’, 부커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었을까?

“상관없어! 내가 그런 게 아니야! 네 형을 죽인 건 내가 아니야.”
“그래! 그래! 알아, 하지만…….”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야! 나는 내가 망쳐놓은 사람에게 보상을 하려고 했던 거야. 너는 그저 모든 사람을 탓하며 돌아다녔고. 나쁜 새끼. 자, 피 묻은 손이나 닦아.”
... “나를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이지 존중은 해야 해.”

- 209쪽

브라이드는 다시 만나게 된 부커에게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브라이드가 이야기하는 ‘존중’이란,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게 된 상처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부커가 상처를 받았던 이유는, 브라이드의 행동 때문이 아닌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애덤에 대한 아픔 때문이었다. 부커는 자신의 마음은 보지 않은 채 브라이드의 행동만을 상처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떤 것도 묻지 않은 채 그녀를 떠났던 것이다. 즉 존중이란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상처의 출처를 타인으로 단정짓기 이전에, 자신의 마음 속에 이와 관련된 가시가 존재하는지 살펴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 저 아이는 자기 진실을 이야기했어. 네 진실은 뭐야?” ... “넌 실패하기 위한 고귀한 이유가 필요한 거야, 그렇지? 아니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정말 깊은 어떤 이유가 필요하거나.”

- 212쪽

부커의 고모 퀸은 부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묻는다. 브라이드의 진실은 엄마에게 사랑받고자 했던 것, 그래서 거짓말을 했던 것, 그리고 돌이키고자 했던 것이었다면, 부커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부커의 진실은 애덤처럼 흠이 없이 완전한 사람만을 쉽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퀸의 말이 맞아, 그는 생각했다. 애덤을 제외하면 나는 사랑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애덤은 아무런 흠이 없었고, 순결했고, 순수했고, 사랑하기 쉬웠다. 그가 살았다면, 자라서 흠이 생겼다면, 기만, 어리석음, 무지 같은 인간적인 약점이 생겼다면, 그를 숭배하기가 그렇게 쉬웠을까? 아니 심지어 숭배할 가치가 있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랑이기에 그 사랑을 실행에 옮기려면 상대가 천사, 오직 천사여야만 하는 걸까?

- 217쪽

결국 부커가 ‘원했던 여자’는 아무런 흠이 없고, 순결하고, 순수한, 사랑하기 쉬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부커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브라이드가 상처를 주지 않는 완전한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부커가 목격한 브라이드의 삶은 잘못이 존재하는 완전하지 않은 삶이었기에, 부커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서 떠났던 것이었다.

지음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사랑해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1주차에 이야기했던 ‘진실’이란 결국 ‘나 자신’을 의미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우린 사랑할 때 진실되어야 함을, 즉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함께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인간은 ‘나’를 담은 진실을 이야기할 때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지음은 나아가 부커의 어린 시절 가족회의에 등장했던 두 가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해보았다.

  1. 어떤 진실을 배웠는가? 그리고 그것이 진실임을 어떻게 아는가?
    : 나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을 드러낼 때 함께할 수 있다.
  2.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가?
    :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자신을 잘 드러내는 진실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면 우린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알아가야 할까? 지음은 「Beloved」에서 이야기했던 현재의 아픔을 자각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거에 생겨난 아픔을 잊으려 하지 않았던 「Beloved」의 세서처럼, 브라이드도 숨겨진 진실로부터 생겨난 아픔들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했으며, 나아가 자신의 솔직한 마음들을 이야기해나갔다.

“그냥 그 긴 세월이 흘렀으니 그 여자가 슬플 거라고, 외로울 거라고 생각했어.”

- 71쪽

“그냥 내 마음이 개운해지기를 바랐던 것 같아. 또 그 여자가 그렇게 일회용처럼 처리되지 않기를. 소피아 헉슬리-그게 그 여자 이름인데-그 이름밖에 생각할 수 없었어. ...”

- 73쪽

“내가 거짓말을 했어! 거짓말했어! 거짓말을 했다고! 그 여자는 죄가 없었어. 내가 그 여자가 유죄판결을 받도록 협조했지만 그 여자는 사실 그럴 만한 짓을 하지 않았어. 난 그걸 봇아하고 싶었지만 그 여자는 나를 죽도록 팼고 나는 맞아도 쌌어.”
(중략)
“거짓말을 했다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머니가 내 손을 잡게 하려고!”
“뭐?”
“그리고 자랑스러워하는 눈으로 나를 보게 하려고, 한 번이라도.”
“그래서, 어머니가 그랬어?”
“그래. 심지어 나를 좋아하기까지 했어.

- 208쪽

결국 우리는 세서와 브라이드처럼 현재에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아픔들을 묻어두지 않고 기억하며 삶을 살아갈 때,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내려갈 수 있음을,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짐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아픔을 기억할 때 우리는 나다운 삶을, 진실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음이 생각한 인간의 전제조건>

  1.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아야 한다.
  2. 인간은 희망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3.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존재여야 한다.
  4.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5. 인간은 스스로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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