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

 토니 모리슨의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는 진실을 묻어둠으로써 생겨나는 아픔과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얻어지는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에는 진실이 가리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스위트니스가 자신이 유색인종임을 숨기기 위해 ‘한밤중 같은 검은색’의 피부를 가진 딸 브라이드(룰라 앤)를 멀리했던 순간, 브라이드가 아동성범죄의 범인으로 진범이 아닌 헉슬리를 지목했던 순간, 브라이드의 남자친구 부커가 죽은 형의 이야기하지 않고 브라이드를 떠나간 순간까지. 상황 속에 직면한 아픔을 꺼내놓지 않기 위해 그들은 진실을 덮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이가 이름을 몇 번 바꾸든 그건 상관없어. 피부 색깔은 그 아이가 늘 지고 다녀야 할 십자가야. 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야.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아니야.

- 19쪽

정말 나는 천천히 했어. 팔을 쭉 뻗을 때가지 주먹을 쥐고 있었지. 그리고 나서 검지를 펼쳤어. 탕! 경찰의 권총처럼. 헉슬리 부인은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무언가 말하려는 것처럼 입을 열었어. 충격을 받은 표정,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어.

- 50쪽

그러나 아픔을 가리기 위해 덮었던 진실이 다시 아픔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가려진 진실과 타인의 가려진 진실이 만나 상처가 생겨날 때였다. 헉슬리가 누명을 쓴 사실을 몰랐던 부커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하는 브라이드에게 실망하고 떠나간다. 그들은 서로가 이야기하지 않은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 채, 상처를 주고받고 이별하게 된다.

그가 “너 내가 원하는 여자 아니야” 하고 말한 뒤에 시작됐어.
“그래 나 아냐.”

- 20쪽

지음은 진실과 관련된 두 가지 아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진실의 내용 그 자체, 사실에 대한 아픔이고, 두 번째는 진실이 가려짐으로써 생겨나는 아픔이다. 두 가지 아픔의 해소는 덮어두었던 장막을 걷어내고 진실을 이야기할 때 이루어졌다. 헉슬리의 무죄를 아는 브라이드가 그녀를 찾아왔을 때, 브라이드가 과거에 거짓말을 했었음을 부커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들의 아픔은 위로를 받았다. 가려졌던 진실을 드러내고 이야기했을 때 타인 또한 진실을 드러내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둘 다 계획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는 거다. 십오 년 동안 흘리지 않았던 눈물의 방출. 이제 더는 틀어막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더러운 게 없다. 나는 이제 깨끗하고 뭐든 할 수 있다.

- 101쪽

"오, 이런." 부커는 옆얼굴에서 피를 더 닦아냈다. "이봐. 그래, 잘 들어. 우리 형, 형은 괴물한테 살해당했어, 맹수한테. 나는 네가 그런 괴물을 용서해준거라 생각했고……"

- 209쪽

룰라 앤의 죄를 고백하자 그녀는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 219쪽

지난 주 지음은 우리의 삶이 안정적인 사회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가까움을 이야기했다.  「Beloved」에서 세서가 아픔을 기억해야만 살아낼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진실을, 사실로부터 생겨난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었다. 진실이 만들어낸 아픔이 덮어질 수 있을 만큼 살만한, 어쩌면 살기 좋은 풍요로운 환경 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음은 진실을 덮어두는 것은 아픔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일 뿐,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부커는 인간에겐 진실을 이야기하고자하는 본성이 있음을, 칸트는 인간이 선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괜찮아, 베이비, 넌 다른 사람의 악에 책임이 없어.”
“알아,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것에서는 배워.”
“뭘 고쳐야 하는지 항상 알 수 있는 건 아냐.”
“아니, 알 수 있어. 생각해. 우리가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정신은 늘 진실을 알고 모든 게 분명해지기를 원해.”

- 82쪽

칸트에게 의지는 곧 ‘선의지’이다. 만약에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선의지’이다. ‘악으로 향하려는 의지’라는 말을 누가 사용하고 싶어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경우는 정확히 말하자면, ‘의지가 없음’이다. … 또한 의지는 자유의지이다. … 어떤 행위를 ‘옳다’라고 하는 오로지 그 이유에서 행하는 의지가 곧 선의지이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 백종현, 155쪽,160쪽

인간은 늘 진실을 알고 있고, 이것이 분명해지기를 원하며, 이것을 행해야 한다. 때문에 진실을 덮어두게 되었을 때, 인간의 본성에 따라 아픔이 생겨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선이며, 진실을 가리지 않는 것은 그 이유만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브라이드와 부커는 진실을 나눈 뒤, 그들 사이에 생겨난 아이를 향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아이. 새로운 삶. 악이나 병에 면역이 된, 납치, 구타, 강간, 인종차별, 모욕, 상처, 자기혐오, 방기로부터 보호받는. 오류가 없는. 오직 선뿐인. 노여움은 빠진.
그렇게 그들은 믿는다.

- 237쪽

이는 그들의 자녀가 모든 아픔을 겪지 않으리라는 확언이 아닌, 그들이 진실을 나누며 함께해나갈 때 아픔을 치유하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일 것이다.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And you will know the Truth, and the Truth will set you free)

- 요한복음 8장 32절

지음은 다음주,  브라이드와 스위트니스,  브라이드와 부커의 관계를 통해 아픔과 위로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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